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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해외축구

챔피언스리그 리뷰: 브뤼허의 반란과 음바페 해트트릭 쇼

by Renewable Beckham 2025. 2. 21.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는 조금 특별했습니다. 16강 직행 대신, 플레이오프라는 새로운 문턱이 생겼으니까요. 처음엔 이런 변화를 반겼습니다. 한 경기라도 더 볼 수 있다니, 축구 팬으로서 이보다 좋은 일이 있을까 싶었죠.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단순한 덤 이상의 드라마가 펼쳐졌습니다. 강팀이라 불리는 팀들이 쉽게 통과하지 못했고, 언더독들의 반란이 대회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번 리뷰에선 그 중심에 있던 클럽 브뤼허의 반전 드라마와 음바페의 환상적인 해트트릭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음바페의 밤, 맨체스터 시티를 무너뜨리다

 
이번 플레이오프의 주인공을 꼽으라면, 단연 킬리안 음바페입니다. 사실 1차전까지만 해도 PSG의 우스만 뎀벨레가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습니다. 브레스트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그의 환상적인 드리블과 두 골은 누구나 “이번 라운드의 MVP는 뎀벨레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들었죠.

하지만 2차전에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마드리드에서 열린 맨시티와의 경기에서 음바페는 해트트릭을 터뜨리며 단숨에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갔습니다. 맨체스터에서 넣었던 골로 예열을 마친 그는 마드리드에서 진짜 실력을 보여줬습니다.

경기 시작 3분 만에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음바페는 감각적인 칩슛으로 선제골을 뽑았습니다. 그야말로 ‘음바페 모드’의 시작이었죠. 이어서 로드리고의 패스를 받아 박스 안에서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두 번째 골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61분에 나왔습니다. 박스 바깥에서 스텝오버로 수비를 속인 뒤, 번개 같은 스피드로 치고 나가 하단 코너에 정확히 꽂아 넣은 세 번째 골. 해트트릭 완성.

맨시티의 수비가 좋지 않았던 건 사실이지만, 그 빈틈을 놓치지 않는 음바페의 결정력은 정말 경이로웠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음바페는 단순히 팀의 에이스를 넘어서,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가장 위협적인 공격수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습니다. 마치 “나는 이제 파리의 왕이 아니라 마드리드의 주인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듯했죠.

클럽 브뤼허의 반란, 아탈란타를 침몰시키다

 
이번 플레이오프의 가장 큰 이변은 역시 클럽 브뤼허였습니다. 사실 브뤼허가 아탈란타를 꺾을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겁니다. 저도 솔직히 1차전에서 2-1로 승리했을 때도, “2차전에서 아탈란타가 홈에서 뒤집겠지”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벨기에 리그에서 선두 헹크에 승점 8점이나 뒤져 있는 브뤼허가 이탈리아의 강호 아탈란타를 상대로 이변을 만들어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하지만 브뤼허는 2차전에서 그야말로 ‘효율 축구’의 진수를 보여줬습니다.

아탈란타는 경기 내내 압도적으로 밀어붙였습니다. 기대 득점(xG)은 3-1로 아탈란타가 우세했지만, 축구는 결국 골을 넣어야 이기는 스포츠죠. 아탈란타는 수많은 찬스를 날렸고, 브뤼허는 적은 기회 속에서 냉정하게 마무리했습니다.

특히 19살 유망주 탈비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첫 번째 골은 박스 안에서 재치 있는 드리블로 수비수를 따돌린 뒤 하단 코너에 꽂아 넣었습니다. 두 번째 골도 마찬가지로 침착함과 결정력의 승리였죠. 벨기에의 작은 클럽이 보여준 이 놀라운 승리는 챔피언스리그의 매력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줬습니다.

PSG의 압도적 퍼포먼스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팀은 단연 PSG였습니다. 브레스트를 상대로 1차전에서 3-0으로 이긴 것도 모자라, 2차전에선 무려 7-0으로 대승을 거뒀습니다. 합계 10-0이라는 무자비한 스코어는 챔피언스리그 역사에서도 드물죠.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PSG가 경기 내내 보여준 ‘킬러 본능’이었습니다. 보통 이런 스코어에서는 후반에 힘을 빼고 주전들을 교체하는 경우가 많은데, PSG는 끝까지 몰아붙이며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최초로 한 경기에서 7명의 서로 다른 득점자를 배출했습니다.

이제 PSG는 과거처럼 음바페나 네이마르 같은 스타 한두 명에 의존하는 팀이 아닙니다. 젊고 굶주린 선수들이 팀을 이끌고 있고,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전술 아래에서 하나의 강력한 유닛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이런 PSG라면 올해 챔피언스리그에서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을 겁니다.

아탈란타의 좌절과 가스페리니의 폭발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씁쓸한 장면을 꼽으라면, 아탈란타의 지안 피에로 가스페리니 감독과 아데몰라 루크먼의 갈등일 겁니다. 2차전에서 루크먼이 페널티킥을 실축했을 때,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았고, 결국 아탈란타는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경기 후 가스페리니 감독이 기자들에게 “루크먼은 내가 본 최악의 페널티킥 키커 중 한 명이다”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한 건 좀 충격이었습니다. 감독이 경기 중 나온 실수에 대해 이렇게 개인을 공격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루크먼은 아탈란타의 에이스이자 유로파리그 결승전 영웅인데, 이런 식으로 공개 비난을 한다는 건 뭔가 팀 내부에 더 깊은 갈등이 있다는 신호일 겁니다. 이번 여름 루크먼의 이적은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죠.

언더독은 없다, 챔피언스리그의 진정한 매력


이번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강팀이라는 이유로 쉽게 이길 거라고 방심하면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는 것, 그리고 언더독이라 불리는 팀들도 충분히 강력하다는 것 말이죠. 16강에서는 또 어떤 드라마가 펼쳐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