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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국내축구

일본 매체가 뽑은 한국 축구 ‘사라진 천재들’, 정말 실패일까?

by Renewable Beckham 2025. 2. 22.

최근 일본 매체 ‘풋볼채널’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냈습니다. 한때 한국 축구의 미래로 불렸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선수들을 조명한 내용이었죠. 어린 시절 빛났던 유망주들이 모두 월드클래스로 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부상, 경기 외적인 문제, 혹은 예상치 못한 선택들이 겹치며 커리어가 흔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일본 매체가 주목한 ‘사라진 천재들’은 누구일까요? 그리고 그들의 현재 모습은 정말 ‘실패’로 봐야 할까요?


이승우 – 사라진 천재가 아닌, 다시 도전하는 선수

 
이승우의 이름을 빼놓고 한국 축구 유망주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바르셀로나 유스에서 성장하며 ‘한국의 메시’라는 별명을 얻었던 그는 2014년 U-16 아시안컵에서 일본을 상대로 50m 단독 드리블 골을 넣으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차세대 에이스로 성장할 거라 기대하는 사람이 많았죠.

하지만 이후 행보는 기대와 달랐습니다. 바르셀로나 1군에 오르지 못한 채 이탈리아 헬라스 베로나로 이적했고, 이후 벨기에와 포르투갈을 거쳤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결국 2022년, 수원 FC로 복귀하며 국내 무대에서 다시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으로 돌아온 후 그의 플레이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수원 FC에서 두 시즌 동안 맹활약한 그는 전북 현대에 입단하며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표팀에도 복귀했지만 아직 확실한 자리를 잡지는 못한 상황입니다. 과연 이승우는 ‘사라진 천재’가 아닌, ‘다시 돌아온 천재’가 될 수 있을까요? 그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동준 – 스피드를 잃으며 희미해진 빛

 
이동준은 빠른 발과 날카로운 돌파력을 가진 선수였습니다. 부산 아이파크 시절 K리그2 MVP를 차지했고, 울산 현대에서는 K리그1 베스트11에 선정되며 상승세를 탔습니다. 그 덕분에 2022년, 독일 분데스리가 헤르타 베를린으로 이적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독일 무대는 가혹했습니다. 이적 직후 무릎 부상을 당하며 경기 감각을 잃었고, 결국 1년 동안 4경기 출전에 그쳤습니다. 이후 전북 현대로 복귀했지만, 전성기 시절의 빠른 돌파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습니다. 현재 김천 상무에서 뛰고 있지만, 과거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동준에게 가장 아쉬운 건 ‘타이밍’입니다. 만약 독일행이 1~2년만 빨랐다면? 혹은 부상 없이 적응할 시간이 있었다면? 여러 가정을 해보지만, 현실은 냉정합니다. 그래도 아직 20대 후반인 만큼, 반등의 기회는 남아 있습니다.

박주영 – ‘아스널의 7분’이 남긴 상처

 
사실 박주영을 ‘사라진 천재’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2005년 FC 서울에서 프로 데뷔 후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활약했고, AS 모나코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문제는 2011년 아스널 이적이었습니다. 당시 모나코가 2부 리그로 강등되면서 새로운 도전을 해야 했고, 많은 팬들이 유럽 빅리그로의 이적을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아스널로 이적했고, 이후 커리어가 급격히 흔들렸습니다. 리그 경기에서는 단 7분 출전에 그쳤고, 이후 여러 팀을 전전하며 기량이 하락했습니다.

그래도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며 병역 혜택을 받았고,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FC 서울과 울산 현대에서 뛰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예전의 날카로운 감각을 보여주지는 못한 채 2024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습니다.

박주영의 사례는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만약 아스널이 아닌 다른 팀을 갔다면? 혹은 더 많은 출전 기회를 보장받는 곳을 선택했다면? 그의 커리어는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석현준 – 유럽을 떠날 수 없었던 대가

 
석현준은 한국 선수 중에서도 유럽에서 가장 다양한 팀을 경험한 선수입니다. 네덜란드 아약스를 시작으로, 포르투갈, 프랑스, 터키 등 여러 리그를 오가며 10개 이상의 팀에서 뛰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커리어가 꼬이기 시작한 건 병역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28세까지 군 복무를 마쳐야 하는 한국 법을 따르지 않고 계속 해외에서 뛰었고, 결국 2023년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됐습니다. 현재 4부 리그 남양주 FC에 입단해 병역을 수행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석현준은 분명 재능 있는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병역 문제를 명확히 해결하지 못한 채 시간을 끌다가 커리어가 무너졌습니다. 만약 런던 올림픽 멤버였거나, 조기에 해결책을 찾았다면 어땠을까요?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정말 실패한 유망주일까?


일본 매체가 뽑은 ‘사라진 천재들’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들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축구는 단순히 스타가 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이승우는 여전히 K리그에서 반등을 노리고 있고, 이동준도 다시 기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박주영은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하며 한국 축구의 한 시대를 이끌었고, 석현준도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정말 ‘실패한 유망주’일까요? 아니면 단지 우리가 기대했던 길과 다른 길을 걷고 있을 뿐일까요?

개인적으로는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메시나 손흥민이 될 수는 없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축구를 이어가는 것도 중요한 일이니까요. 결국, 축구 인생은 선수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실패로 단정 짓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걸어온 길을 바라보며 배우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