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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해외축구

나데시코 재팬, 그 시작은 언제일까? 일본 여자 축구의 숨은 역사

by Renewable Beckham 2025. 3. 5.

최근 일본 여자 축구 대표팀, 나데시코 재팬이 미국에서 열린 SheBelieves Cup에서 3전 전승으로 우승하며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특히, 미국을 2-1로 꺾은 것은 13년 만에 거둔 값진 승리였죠.

하지만 많은 분들이 일본 여자 축구의 역사가 사실 굉장히 오래되었다는 사실은 잘 모르실 것 같아요. 오늘은 나데시코 재팬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성장해왔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일본에서도 오래전부터 여성들이 축구를 해왔다


사실 일본에서도 여성들이 축구를 즐기기 시작한 것은 굉장히 오래전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만 해도 일본의 초등학교는 남녀 공학이었지만, 이후에는 남녀가 분리되어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여학교에서도 축구가 이루어졌다고 해요. 단순히 공을 차는 운동을 하는 정도였던 곳도 있었고, 간단한 규칙을 적용해 경기를 즐기는 곳도 있었다고 합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전쟁 전 일본의 명문 축구팀이었던 도쿄 슈큐단(蹴球団, Tokyo Shukyu-dan)에도 여성 선수들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당시 여성 선수들도 축구화를 신고 본격적으로 플레이했으며, 이들의 모습이 스포츠 잡지에도 실렸다고 하니 꽤 놀랍죠.

하지만 점점 “축구는 남성적인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여자 축구는 점차 사라져 갔습니다.

전쟁 후, 다시 시작된 여자 축구 (1960~70년대)

 
여자 축구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였습니다. 특히, 축구 문화가 발달했던 고베 지역에서는 몇몇 여자 축구팀이 창설되었고, 1967년에는 고베 사커 카니발에서 여자 축구 경기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여자 단체 구기 종목은 단연 배구와 농구였습니다.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일본 여자 배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면서, 여성 스포츠의 중심은 자연스럽게 배구로 흘러갔죠. 축구는 여전히 ‘남성들의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렇다고 여자 축구가 일본에서만 이런 대우를 받은 건 아니었습니다. 유럽에서도 19세기부터 여자들이 축구를 즐겼지만, 남성 중심의 스포츠 문화 속에서 여자 축구는 오랜 기간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1960~70년대에 들어서면서 세계적으로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졌고, 스포츠에서도 여자 종목이 하나둘씩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여자 마라톤인데요, 한때 “여성에게는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이유로 올림픽에서 제외되었던 이 종목이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정식 채택되었죠.

이러한 흐름 속에서 FIFA도 여자 축구의 보급과 발전을 추진하기 시작했고, 일본에서도 1979년 일본축구협회(JFA) 산하에 여자 축구 연맹이 설립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일본 여자 축구가 본격적으로 조직화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1990년대 이후, 한 걸음씩 성장한 일본 여자 축구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본 여자 대표팀은 국제무대에서 조금씩 성과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 1991년에는 FIFA 여자 월드컵이 처음으로 개최되었고, 일본도 이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 1995년 스웨덴 월드컵에서는 브라질을 상대로 일본 여자 대표팀의 월드컵 첫 승이 나왔죠.
• 1994년 히로시마에서 열린 아시안 게임에서는 결승까지 진출했지만, 중국에 0-2로 패배하며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당시 일본 대표팀에는 키오카 니와, 한다 에츠코, 노다 아케미, 다카쿠라 아사코 같은 뛰어난 선수들이 활약했지만, 유럽과 미국, 중국과 비교하면 피지컬적인 면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일본의 여자 축구 인구가 여전히 적었기 때문에 운동 신경이 뛰어난 여성 선수들은 배구, 농구, 테니스 같은 종목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일본 여자 축구의 미래를 바꿀 선수가 등장합니다.

바로, 사와 호마레였습니다.

사와 호마레의 등장, 그리고 세계 정복의 순간

 
사와 호마레는 1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대표팀에 발탁되었고, 이후 일본 여자 축구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2007년 중국에서 열린 여자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2011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마침내 세계 정상에 오르는 기적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결승전 상대는 최강 미국. 일본은 두 번이나 리드를 허용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따라붙어 승부차기 끝에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사와 호마레는 동점골을 터뜨리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때 일본 여자 대표팀이 보여준 세밀한 패스 플레이, 강한 정신력, 끈질긴 수비는 많은 축구 팬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죠.

다시 세계 정상으로 향하는 나데시코 재팬


2011년 월드컵 우승 이후, 일본 여자 대표팀은 꾸준히 강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2015년과 2019년 월드컵에서는 미국과 유럽 강호들에게 밀려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는 못했죠.

그러나 이번 SheBelieves Cup에서 보여준 일본의 경기력은 다시 한번 기대를 갖게 합니다. 미국을 상대로 전방 압박을 가하며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잡았던 모습은, 과거 월드컵 우승 당시의 경기력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여전히 여자 축구의 강자들인 미국, 스페인, 독일, 잉글랜드가 버티고 있지만, 일본이 다시 한 번 세계 정상에 도전하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나데시코 재팬은 과거에도 한 걸음씩 차근차근 성장하며 세계 정상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길을 걷고 있습니다. 과연 2027년 여자 월드컵에서 일본이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을까요? 계속해서 지켜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