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의 운명은 참 가혹하다. 실수 한 번으로 패배의 원흉이 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날에는 팀을 구하는 영웅이 되기도 한다. 파리 생제르맹의 수문장 돈나룸마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리버풀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전, 1차전에서 실수로 비판을 받았던 그는 2차전 승부차기에서 두 개의 슈팅을 막아내며 PSG를 8강으로 이끌었다.
리버풀전, 비난받았던 돈나룸마의 부활
1차전에서 돈나룸마는 리버풀의 유일한 유효 슈팅을 막지 못하며 팀의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반면 상대 골키퍼 알리송은 연이은 선방쇼를 펼치며 최고의 활약을 보였다. 많은 팬과 전문가들은 돈나룸마의 실수를 지적하며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2차전에서 그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경기 내내 집중력을 유지한 그는 승부차기에서 리버풀의 세 개 슈팅 중 두 개를 막아내며 PSG의 8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경기 후 PSG의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1차전은 알리송의 경기였고, 2차전은 돈나룸마의 경기였다”라며 그의 활약을 극찬했다.
돈나룸마의 승부차기 비결
돈나룸마는 승부차기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는 골키퍼로 유명하다. 그는 지금까지 클럽과 국가대표팀에서 총 7번의 승부차기를 경험했으며, 그중 6번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번 경기에서도 그는 특유의 차분함을 유지하며 상대 키커들의 움직임을 완벽히 읽어냈다.
그의 통산 페널티킥 기록을 살펴보면 더욱 놀랍다. 지금까지 클럽과 대표팀에서 총 60개의 페널티킥을 상대했고, 그중 14개를 막아냈다. 승부차기 상황만 따지면 43개의 슈팅 중 10개를 막아냈다. 전체 페널티킥 선방률과 승부차기 선방률이 동일하게 23.3퍼센트라는 점도 흥미롭다.
승부차기 전에 라커룸으로 향한 이유
이번 경기에서 가장 화제가 된 장면 중 하나는 승부차기를 앞두고 돈나룸마가 라커룸으로 향한 장면이었다. 경기 종료 후 곧바로 감독의 지시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는 따로 준비한 노트를 찾으러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이는 상대 선수들의 슈팅 패턴을 분석한 자료였다. 그만큼 철저한 준비를 통해 승부차기를 대비했다는 점에서 그의 프로 정신이 돋보였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나는 골키퍼 트레이너와 함께 준비한 자료를 다시 확인하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한 개라도 더 막아내는 것이 내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그의 선택은 옳았고, 리버풀의 키커들은 돈나룸마 앞에서 흔들렸다.
돈나룸마의 승부차기 철학
돈나룸마는 일반적인 골키퍼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승부차기에 임한다. 많은 골키퍼들은 상대 키커의 심리를 흔들기 위해 공을 늦게 건네거나, 라인을 왔다 갔다 하며 긴장감을 높인다. 하지만 돈나룸마는 그와 정반대다.
그는 최대한 침착하게 서 있다가 상대 키커가 공을 스팟에 놓는 순간, 팔을 넓게 벌려 골문을 좁아 보이게 만든다. 이는 키커에게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을 안겨 주는 전략이다. 실제로 이 방식은 이번 경기에서도 효과를 발휘했다. 리버풀의 키커들은 슈팅을 하기 직전까지 혼란스러워 보였고, 결국 두 개의 실축이 나왔다.
여전히 발전하는 거인 골키퍼
돈나룸마는 2021년 유로 대회에서 이탈리아를 우승으로 이끌며 MVP를 차지했던 선수다. 하지만 PSG 이적 후 꾸준한 활약을 펼치면서도 실수 한 번으로 비판을 받곤 했다. 이번 챔피언스리그 16강전은 그에게도 중요한 터닝 포인트였다.
그는 경기 후 “나는 비판을 신경 쓰지 않는다. 골키퍼는 늘 실수할 수 있는 자리다. 중요한 것은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경기에서 그는 자신의 말처럼 팀을 위해 최고의 활약을 펼쳤고, 다시 한번 자신이 빅매치에 강한 골키퍼임을 증명했다.
챔피언스리그는 이제 8강전으로 향한다. 돈나룸마가 이번에도 PSG의 수호신이 될 수 있을까. 그의 다음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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