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닛산이 혼다와의 경영 통합 협상을 중단하면서, 대만의 글로벌 전자 기업 폭스콘(鴻海, 홍하이)의 닛산 인수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전기차(EV) 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지지 못한 폭스콘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도약할 기회를 모색하고 있고, 닛산 역시 독자 생존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만약 닛산과 폭스콘이 손을 잡게 된다면, 아시아 전기차 산업의 지형이 크게 바뀔 수도 있는데요. 과연 이 시나리오는 현실이 될 수 있을까요?
닛산과 혼다, 결별… 폭스콘에게 기회가 열린 이유
2024년 12월, 닛산과 혼다는 경영 통합을 위한 협상에 돌입했지만, 불과 몇 달 만에 협상이 무산되었습니다. 혼다는 닛산에게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요구했지만, 닛산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폭스콘이 이미 닛산 인수를 물밑에서 추진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폭스콘은 혼다와 닛산의 협상 이전부터 닛산의 주요 주주인 프랑스 르노와 접촉하며 경영 참여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닛산과 혼다가 협상에 들어가면서 폭스콘의 계획은 일시적으로 중단될 수밖에 없었죠.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닛산-혼다의 기본 합의서(MOU) 파기로 인해 독점 협상 의무가 사라지면서, 폭스콘은 다시 닛산 인수를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폭스콘이 닛산을 노리는 이유 – 전기차 사업에서의 돌파구
폭스콘이 닛산을 인수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전기차(EV) 사업의 부진입니다. 2019년, 폭스콘은 애플의 아이폰 생산을 넘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EV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지만, 6년이 지난 지금도 글로벌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폭스콘(鴻海, Foxconn)은 대만의 글로벌 전자 제조업체로, 애플의 아이폰을 비롯한 다양한 IT 기기의 위탁 생산을 담당하며, 최근 전기차(EV)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폭스콘의 EV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훙화선진과기(鴻華先進科技)의 2024년 매출은 약 85억 대만달러(약 3900억 원)로, 이는 폭스콘 전체 매출의 6%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기대했던 미국의 신생 EV 기업들이 연이어 파산하고, 중국의 샤오미는 전기차 시장에 진입해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폭스콘이 닛산을 인수한다면, 전기차 생산 능력과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EV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즉, 닛산 인수는 폭스콘이 EV 시장에서 뒤처진 격차를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닛산과 폭스콘의 협력 – 강력한 아시아 EV 공급망 구축 가능
닛산과 폭스콘이 협력한다면, 강력한 아시아 EV 공급망이 구축될 가능성이 큽니다. 닛산의 주요 생산 거점은 일본 규슈(九州)이며, 이곳에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도 위치해 있습니다. 게다가 규슈에는 대만의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TSMC의 공장이 있어, 반도체와 배터리 같은 전기차 핵심 부품 조달이 훨씬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자동차 업계는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Software Defined Vehicle) 시대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폭스콘이 보유한 최첨단 반도체 조달 능력은 닛산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닛산은 남아도는 생산 능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협력 파트너가 필요하고, 폭스콘은 EV 시장에서 확실한 생산 기반을 갖춘 자동차 제조사가 필요합니다. 서로의 필요가 맞아떨어진다면, 닛산과 폭스콘의 협력은 전기차 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장벽도 존재
폭스콘이 닛산을 인수하려 해도 넘어야 할 벽이 많습니다. 우선, 닛산은 일본 외환법(외국인 투자법)에 따라 외국 자본의 투자를 사전 심사받아야 합니다. 일본 경제산업성(経済産業省) 내부에서도 "폭스콘의 인수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합니다. 또한, 닛산 내부에서도 외부 자본이 경영에 개입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큽니다. 과거 프랑스 르노와의 제휴 과정에서도, 닛산 내부에서는 프랑스 정부와 르노의 지나친 간섭에 대한 불만이 많았는데요. 이러한 배경을 고려하면, 일본 정부와 닛산 내부에서 폭스콘의 인수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폭스콘의 닛산 인수, 현실이 될 수 있을까?
현재 닛산은 혼다와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독자 생존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폭스콘 역시 전기차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만약 폭스콘이 닛산 인수를 성사시킨다면, 전통적인 완성차 기업과 전자·반도체 기업 간의 새로운 협력 모델이 탄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닛산 내부의 반발, 폭스콘이 감당해야 할 인수 비용과 경영 부담 등을 고려하면, 이 거래가 쉽게 성사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큽니다.개인적으로는, 폭스콘이 닛산을 인수하기보다는 닛산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협력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인 선택지라고 생각됩니다. 닛산의 생산 능력을 활용하면서도, 일본 정부 및 닛산 내부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연 닛산과 폭스콘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요? 앞으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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